"지역 대표성 살려라" 본적지 투표 등 묘안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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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대표성 살려라" 본적지 투표 등 묘안 속출
[농어촌 선거구 지키기] 지난해 헌재 결정 따를땐
농어촌 선거구 대폭 축소
수도권 과잉대표성 심각
  • 입력 : 2015. 03.19(목) 00:00
18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선임된 이병석(가운데) 위원장이 새누리당 정문헌(왼쪽),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간사와 손을 잡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지역구 최대ㆍ최소 인구 편차를 3:1에서 2:1로 줄이라고 결정한 것은 헌법상 '표의 등가성' 원칙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으로 인해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인 '지역 대표성' 원칙은 불균형이 심화될 위기를 맞았다. 날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농어촌의 정치적 주권을 위해 인구와 면적을 비례적으로 반영한 선거구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촉구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수도권 대변만 할 수도

인구등가성을 토대로 선거구를 획정하면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선 지역구 국회의원이 늘어나는 반면, 인구가 줄어드는 농어촌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수도권에 위치한 수원시(면적 약 121㎢)는 현재 4개에서 5개 선거구로 쪼개질 가능성이 높지만, 수원 면적의 34배(약 4096㎢)에 이르는 강원ㆍ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군은 다른 행정구역과 합쳐 6곳이 모여야 겨우 1석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수도권 기초단체 1곳이 4∼5곳으로 쪼개지지만,호남은 3~4곳이 하나로 되는 지역이 수두룩하다. 표의 등가성 때문에 지역 대표성이 밀린다는 지적이 여기서 나온다. 즉 표의 등가성만 앞세우면 농어촌 선거구가 줄어들고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열악한 농촌을 대변하는 지역구 의원들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무안ㆍ신안) 의원은 "선거구획정 헌법불합치 판결 후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인구적 요소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비인구적 요소 즉, 행정구역, 교통사정, 생활권, 역사적 전통성, 일체감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에게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는 말이 붙는 이유는 그 만큼 지역대표성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인구로만 선거구획정을 할 경우, 수도권 과잉 대표성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수 있다"면서 " 헌법 제123조 3항에 국가는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돼 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수도권 과잉대표성은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치학자들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지역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지역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현역 국회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게 돼 쉽지도 않은 실정이다.

●묘안을 찾아라 '입법전쟁'

올들어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자 선거구 존폐 위기에 처해있는 농어촌 지역의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선거구를 지키기 위한 관련 법 개정안 추진이 이뤄지고 있다. 인구편차 축소에만 치중할 경우 농어촌의 지역대표성이 훼손된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이달 초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소관 국회상임위원회인 안전행정위원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3개 이상의 자치구ㆍ시ㆍ군으로 국회의원 선거구를 구성할 땐 인구수의 하한 편차와 관계없이 선거구로 확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특정 국회의원 선거구의 관할 면적이 국회의원 선거구의 평균 면적의 2배를 초과할 경우에는 인구수 하한편차와 관계없이 선거구로 확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선거구 평균 인구수의 상하 '100분의 33 1/3' 편차내에서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법률에 명시키로 했다.

황 의원은 "현행 법이 정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기준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지역간 불합리하게 선거구가 획정됨으로써 인구 대표성과 지역 대표성이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헌재의 위헌결정에 따라 국회의원 1인이 대표하게 되는 기초자치단체의 수가 지나치게 확대되거나 선거구 관할면적에 심각한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장흥ㆍ영암ㆍ강진)의원은 비슷한 법안을 최근 안행위에 제출했다. 유권자의 고향(등록기준지:이전의 호적지)에서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농어촌지역 선거구를 지키겠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에 따라 법안은 유권자가 주민등록지나 등록기준지중 택일해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황 의원은 "헌재의 인구편차 위헌 결정으로 일부 농어촌 지역의 선거구가 존폐위기에 처해 있고 장기적으로 이 지역은 인구 감소로 선거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농어촌의 주권 유지를 위해 고향에서도 투표할 수있도록 해야 한다"고 법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지역 대표성을 살릴 수 있는 묘안을 내는 광역단체장도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최근 국토 면적과 인구수를 기준으로 지역별 국회의원 수를 배정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엔 국민과 국토의 기준이 명시돼 있다"면서 "17개 시ㆍ도의 인구비율과 면적을 50%씩 적용해 이를 국회의원 수 산정기준으로 삼으면 합리적일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국회의원 수를 이렇게 배정하면 인구는 적지만, 면적은 넓은 농촌이 불이익 받는 폐단이 사라질 것"이라며 "검토 과정을 거쳐 이런 방식의 국회의원 조정방안을 정치권에 제의해보자"고 주문했다.

김기봉 기자 gbkim@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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